[Making font]물고기의 꼬리를 닮은 산돌의 장식용 폰트, 「SD 피쉬테일」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물고기 꼬리처럼


욕망의 투영, 장식

장식은 수많은 분야와 엮일 수 있습니다. 건축 장식, 의복 장식처럼 어떠한 분야를 꾸밀 수도, 빅토리아 장식, 르네상스 장식, 로코코 장식처럼 어떠한 시대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유형을 일컬을 수도 있죠. 글자에 장식하는 것은 어떨까요? 다양한 색으로 화려하게 그려진 혁필화, 문자의 획에 여러 상징물과 함께 그려진 문자도, 저희가 만들고 있는 ‘폰트’도 디지털 장식품의 일환입니다. 나아가 물건을 넘어 자신의 몸까지 장식하는 타투, 기능이 가장 중요한 물건 중 하나인 마스크를 장식하는 마스크 줄이 인기를 끄는 등, 장식은 ‘남들과는 다른 나’를 보여주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투영하는 표현 요소 그 자체이자 인류의 역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도구입니다. 



Type. A Visual History of Typefaces & Graphic Styles(링크)

「SD 피쉬테일」을 본격적으로 기획하기 전, 화려한 장식이 가미된 제목용 한글 폰트를 만들고자 여러 장식 요소가 두드러지는 레터링을 조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Taschen 출판사의 『Type. A Visual History of Typefaces & Graphic Styles』란 책에서 여러 가지 장식이 가미된 모노그램(도안화된 글자)를 살펴보다 물고기 꼬리처럼 갈라진 세리프 양식이 비교적 자주 등장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17 Martin Silvertant. All rights reserved.(링크)


이렇게 좌우로 갈라진 세리프 스타일을 투스칸 세리프라고 부릅니다. 투스칸 장식이 가미된 레터링의 기원은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여러 자료를 통해 적어도 빅토리아 시대에 성행하고 다양한 스타일로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투스칸 양식이 유행처럼 사용된 곳은 20세기 서커스나 쇼의 광고판인데, 이름에서도 사용처가 느껴지는 폰트인 ‘Circus’에서도 투스칸 양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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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프가 특징적인 한글 폰트는 Sandoll 가웨인, 엑스칼리버, Sandoll 윗치, 스콜라 Serif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투스칸 세리프처럼 두 개로 갈라진 획 끝 장식이 반영된 한글 폰트는 아직 폰트 시장에서 보기 드문 외형입니다. 장식적인 세리프를 가진 제목용 폰트들은 게임 산업군, 웹툰 및 웹소설 등의 로맨스 판타지 장르 콘텐츠에 빈번하게 쓰이는 추세를 보이는데, 이 산업군에서 투스칸 세리프를 가진 「피쉬테일」이 신선한 재료로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물고기 꼬리 빚기

「피쉬테일」을 처음 기획할 때 패밀리를 단순히 웨이트 차이로 잘게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장식’ 요소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강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큰 크기의 타이틀에 사용될 확률이 높았거든요. 때문에 웨이트에 따른 차이도 크게 두어 모든 웨이트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가장 얇은 웨이트인 Hairline과 가장 두꺼운 웨이트인 Heavy를 비교해보면 확연히 다른 인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통통한 물고기와 뼈만 남은 물고기처럼요. 또한 가장 두꺼운 웨이트인 Heavy에 보다 더 장식적인 요소를 가미한 Inline과 Shadow 스타일을 더해 ‘장식적인 폰트’에 걸맞게 패밀리를 구성했습니다.


「피쉬테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한글이 가진 태생적 복잡성 때문에 제아무리 제목용 폰트여도 장식 요소를 100% 반영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숨이 막히고 부담스럽게만 느껴지거든요. 「피쉬테일」의 특징적인 다이아몬드 장식 요소를 모든 ‘ㅇ, ㅎ’ 꼴에 반영을 해본 결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눈이 백 개인 괴물 ‘아르고스’처럼 징그럽게만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장식 요소를 부여하는 것만큼 적절히 절제할 줄 아는 것 또한 중요했습니다. 때문에 자소가 가장 크게 들어간 민글자 ‘ㅇ, ㅎ’꼴에만 다이아몬드 장식을 넣어 정도를 지키도록 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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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이런 다이아몬드 장식은 문장부호에도 있답니다.


「피쉬테일」은 모든 획 끝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어서 공간을 운용하기 까다로운 형태입니다. 때문에 복잡한 계열에선 형태가 변하기도 하는데요. ‘ㅝ’와 ‘ㅢ’꼴의 중성 디자인에서 그 변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쉬테일」은 이런 장식적인 ‘A’ 대체 글립도 있어요. Adobe 계열에서 ‘A’를 드래그해서 바꾸거나 오픈타입 피처 기능으로 한 번에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장치들이 사용자분들의 작업물에 재미를 불어넣을 수 있는 요소가 되길 바랍니다.



24년 운세를 점쳐 보세요!

「SD 피쉬테일」은 새해의 첫 신규 폰트인 만큼 신년 선물 세트처럼 사용자 여러분에게 폰트와 더불어 재밌는 콘텐츠로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폰트 디자이너들은 폰트를 만드는 것만큼 어떻게 잘 보여줄까도 무척 고민하고 있답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유리창 너머로 먹음직스러운 빵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에 홀린 듯 가게에 들어가는 것처럼 쇼윈도에 상품을 잘 진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요. 「피쉬테일」은 판타지 장르를 겨냥하고 기획되어서인지 타로 카드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팀 내 의견이 있었어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출시 시기인 1월과 잘 맞물리는 신년 타로 운세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SD 피쉬테일 타로운세'(링크) 이 곳에서 「피쉬테일」 타로카드로 24년의 운세를 점쳐 보세요. 「피쉬테일」 3개월 이용권도 한 달간 함께 제공됩니다. 그럼, 새해 선물 꾸러미같은 「SD 피쉬테일」과 함께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고문헌

청주공예비엔날레 세미나 강의록(링크), 이선영(미술평론가), 2019
Type. A Visual History of Typefaces & Graphic Styles(링크)
With hollow feet and harlequin hats: Tuscan letters, a prank of lapidary origin? (링크), Teresita Schultz de Carabobo, 2021



김슬기
기획운영팀
산돌에서 폰트 디자이너로 일합니다.
최근에는 온갖 취미에 묻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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