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폰트의 새로운 선택지

조판을 쉽게하는 캐주얼한 인상의  「SD 단편선돋움」


들어가며

2020년 1월 「Sandoll 단편선 바탕」 출시에 이어서, 올해 2023년 6월 「SD 단편선돋움」 이 드디어 출시되었습니다. 「단편선 바탕」은 특히 서점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는 폰트인데요. 정확하게는 출판업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본문용 폰트라고 말할 수 있어요.

총 3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하여 제작된 『SD 단편선』 시리즈는 폰트 패밀리를 기획하고 「단편선 바탕」을 제작한 이수현 디자이너, 「단편선돋움」 의 디자인을 다듬고 제작, 출시한 김초롱 디자이너 그리고 이번 아티클을 작성하게 된 김민정 디자이너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어쩌다책방/ 「단편선 바탕」



Q. 『SD 단편선』 시리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수현 :  『SD 단편선』 시리즈는 2019년 1월부터 시작된 본문용 폰트 패밀리 프로젝트입니다. 부족한 본문 폰트의 선택지를 넓히고 새로운 인상의 본문 폰트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는데요. 차별화된 폰트 패밀리로 기획하기 위해 데스크 리서치를 진행했고, 그 결과 가장 부족한 부분이었던 “캐주얼한 인상의 본문용 패밀리“라는 방향을 설정하게 되었어요.

이를 배경으로  『SD 단편선』 시리즈는  짧고 단단한 붓의 형태와 질감을 구현하며 다듬는 과정을 거쳐 캐주얼한 인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직선으로 큼지막하게 그려진 획은 시원시원한 인상을 주고, 검은 획이 나누는 흰 공간 역시  자잘하지 않고 크게 나뉘는 편이죠. 이는 조판 시 단정한 분위기를 주어 긴 호흡의 글에 사용하기 좋습니다.

「단편선돋움」



Q. 「단편선 바탕」에서 「단편선돋움」까지 계획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수현 :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바탕과 돋움을 섞어 사용하면서 스타일 차이가 극명해 불편했던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는 처음부터 다르게 기획된 폰트들을 섞어 사용했기 때문인데요. 『SD 단편선』 시리즈는 쓰기 쉬운 본문용 폰트라는 목표에 부합하도록, 바탕*과 돋움**을 같은 패밀리에 넣어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기획되었어요.  바탕과 돋움은 도구의 특징만 다를 뿐 같은 구조와 너비를 가지고 있어 동일한 인상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가 바탕과 돋움을 혼용하여 사용하더라도 자연스러운 조판을 보여줄 수 있는 거죠.

*바탕은 부리가 달린 계열의 폰트입니다. (ex : 명조, 바탕, 부리)
**돋움은 부리가 없는 민부리 계열의 폰트입니다.  (ex : 고딕, 돋움, 민부리)

「단편선 바탕」과 「단편선돋움」 조판예시




Q. 일반적인 돋움과 「단편선돋움」 은 어떻게 다를까요?

민정 : 「단편선돋움」은 휴머니스트 산스 계열의 폰트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인 돋움 폰트보다 사람의 쓰기 흔적이 많이 녹아있다고 볼 수 있어요. 얼핏보면 직선으로 느껴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과하지 않은 곡선들을 볼 수 있죠. 일반적인 돋움 폰트는 인상이 정돈되어 있어 어디에나 사용하기 좋아요. 또한 범용성이 넓은 동시에 딱딱하고 무표정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단편선돋움」은 잔잔하고 담백하면서 사람에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때문의 글의 내용을 보다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힘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내려간 에세이나 서정적인 시에 사용하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Q. 「단편선돋움」 제작은 어땠나요?

초롱 :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썻던 부분은 「단편선 바탕」과의 인상과 다르지 않도록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의 「단편선돋움」은 「단편선 바탕」의 뼈대를 가져온 후, 붓의 둥근 곡선과 맺음을 직선으로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단편선 바탕」은 붓으로 쓴 특징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어서 획의 맺음 부분 등이 약간 굵거나 가늘게 표현되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단편선돋움」에도 그대로 적용하니, 본래 보여주고자 했던 단단하고 담백한 인상이 살짝 아쉽게 느껴졌어요. 따라서, 획 대비를 세심히 조정하여 「단편선 바탕」보다 대비를 줄이고 조판시 질감이 보다 고르게 보이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더불어 부리가 삭제되어 발생한 공간에 대해, 동일한 뼈대를 유지하되 낱자 크기와 획 길이 등을 미세히 보정했어요.  「단편선돋움」과 「단편선 바탕」을 함께 사용할 때 유사한 회색도를 연출할 수 있도록이요.

「단편선 바탕」과 「단편선돋움」 비교이미지


민정 : 저는 「단편선돋움」의 사용 범위를 높이고자 2종의 웨이트로 한글 11,172자를 파생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여러 차례 인쇄된 판면을 검수하고 수정하기도 했고요. 「단편선 바탕」과 「단편선돋움」의 인상과 분위기가 부합하도록 신경 써서 다듬어야 하는 작업이었어요.

사실 웨이트의 경우 이번에 출시된 레귤러 외에 볼드까지도 기획되었는데요. 굵은 두께로 획이 표현되는 볼드는 추가적인 디자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어요. 출시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제작한다면 퀄리티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것으로 판단했죠. 결국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볼드의 출시는 미루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았지만, 여러분들의 성원이 있다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찾아올지도 몰라요!



끝으로

민정 : 이렇게 완성된 『SD 단편선』 시리즈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캐주얼한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문학보다는 문학에, 장편보다는 단편에, 전통적인 글보다는 현대적인 글에 사용하기 좋아요. 「단편선 바탕」과 「단편선돋움」을 함께 조판하여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구요. 특히 「단편선돋움」은 기본적인 본문에 사용해도 좋지만, 조금 더 큰 포인트로 활용해도 좋습니다. 예를 들면 브랜드의 철학을 담은 문장이나,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 카피, 일상 속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영화 자막에 쓰이면 효과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모쪼록 여러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사랑받는 폰트가 되길 바라며, 소중한 시간을 내어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편선돋움」


김민정
기획운영팀
우리집 개 둥이를 덕질하며 살고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