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글로벌 폰트 「LINE Seed」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어떠세요?


첫만남

코로나19가 아직 심각하지 않았던 2020년 1월, 메신저앱 라인(LINE)을 서비스하는 라인플러스(LINE PLUS)에 방문했습니다. 라인플러스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폰트 개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이 첫만남에서 라인플러스에 대한 이야기와 폰트 개발 프로세스, 그리고 앞으로 진행할 워크숍에 대한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전달받은 라인(LINE)의 브랜드 키워드, 철학, 레퍼런스 등의 자료를 살펴보며, 폰트 개발 방향을 조금 더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라인- 브랜드 키워드

라인- 폰트 적용 상황

라인- 폰트 개발 레퍼런스

 

폰트는 브랜드를 표출하는 주요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브랜드가 잘 정리되어 있다면, 폰트라는 도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그림 또한 선명하게 그릴 수 있는데요. 라인플러스는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앞으로 진행될 작업이 기대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라인플러스의 의뢰를 받아 「LINE Seed」의 한글은 산돌에서, 라틴은 산돌의 오랜 파트너인 달튼막(Dalton Maag)에서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라인플러스는 산돌과 논의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달튼막과 소통하고 있었는데요. 라인플러스의 주요 시장은 해외이기 때문에 라틴의 중요도가 높았고, 현지 폰트 파운드리의 감각과 노하우를 필요로 했습니다. 

여러 언어가 포함된 글로벌 폰트는 현지의 파운드리들과 협업하는 일이 많습니다. 협업하는 파운드리가 많을수록 소통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는데요. 산돌은 오랫동안 다양한 해외 파운드리들과 밀접하게 손발을 맞추며 글로벌 폰트를 꾸준히 만들어왔습니다. 달튼막 역시 산돌과 오랫동안 손을 맞춰온 파트너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새삼스레 반갑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전에도 달튼막과의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는데요. 경험을 통해 그들의 전문성과 노련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작업할 파트너로서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워크숍

2020년 2월, 달튼막 멤버들이 한국에 방문해 3사가 함께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워크숍은 본격적인 폰트 개발에 앞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요. 그 이해를 바탕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폰트에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큰 실마리를 도출하게 됩니다.

워크숍



워크숍에서 말하는 이해란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처음 라인플러스와 이야기 나눴던 방향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었어요. 이러한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모두가 제각기 다르게 생각하던 이미지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좁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워크숍에서 도출된 키워드 중 하나인 ‘재치있는(witty)'을 라인플러스에서는 ‘감정(emotion)'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감정’이라는 지표를 통해 생각을 확대해 보면 ‘재치있는’은 웃기는(funny)’ 혹은 ‘재미있는(humor)' 등으로 확장해 볼 가능성이 있어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생각하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지점들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로토타입 (Prototype)

산돌에서는 프로토타입(Prototype) →  프로덕트(Product) →  퍼블리시(Publish)라는 세 단계를 거쳐 폰트를 개발*하게 되는데요. 그중 프로토타입은 디자인을 제안하고, 고객사의 컨펌과 피드백을 거쳐 발전하는 디자인 탐색 과정입니다. 프로토타입을 달튼막에서는 개념 스케치(Ideation)와 디자인 개념 발전(Concept stage)으로 부르고 있어요.

*산돌의 타입브랜딩 과정이 궁금하다면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사전에 소통한 내용과 워크숍 내용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디자인 탐색을 해 나갔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각 글자의 어울림을 고려해서, 산돌에서 그리는 한글과 달튼막에서 그리는 라틴의 크기와 비율을 함께 맞춰간 것이에요. 이후에는 개발 가능성이 있는 일분 글자(한자, 가나)와 태국 글자의 크기와 비율을 라인플러스와 함께 탐색하기도 했습니다. 산돌은 CJK*를 다를 수 있고, 달튼막 또한 태국 글자를 다룰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과정이었습니다.
*CJK : 중국(C), 일본(J), 한국(K)을 가리키는 말로, 아시아의 주요한 나라의 폰트를 한 번에 제작할 수 있는 CJK기술은 국제적으로 귀중하며 중요하게 평가받습니다.

워크숍라틴, 한글, 일본 글자(한자, 가자) 비율 테스트



프로덕트 (Product)

프로덕트는 앞서 정해진 디자인 방향에 따라 전체 글자를 제작하는 과정입니다. 글자가 점차 만들어짐에 따라 새롭게 드러난 디자인 이슈나 단계 심화를 논의하는 단계이기도 한데요. 라인플러스에서는 실제 사용 환경에 맞춰 테스트를 진행하며, 사용성 강화와 폰트 운용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옵션의 필요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라인에서는 이모티콘을 디자인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폰트를 통해 이를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했어요. 또, 조판을 할 때 더 풍부한 타이포그래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를 반영하기 위해 폰트 자체에 이모티콘을 포함하고, 합자, 대체글립 같은 오픈타입 피처(Open Type Feature) 기능*을 더해 폰트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옵션을 추가했습니다. 라인플러스가 최선의 선택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유연한 논의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픈타입 피처 : 하나의 폰트 파일에 작은 대문자, 합자, 그리고 상황별 대체 글립 같은 특별한 글립을 포함하여 조건 충족 시 혹은 선택적으로 해당 글립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능입니다.


OT feature - Ligatures



퍼블리시 (Publish)

퍼블리시는 만들어진 글자를 폰트 파일로 개발하는 과정입니다. 달튼막의 라틴 글자가 먼저 만들어지고, 이어서 산돌의 한글 글자가 완성되면서 「LINE Seed」가 폰트 파일로 개발되었습니다. 개발된 폰트는 라인플러스 내부에 먼저 공표되어 사용되었어요. 그리고 약 1년 후 2022년 한글날에는 「LINE Seed」의 마이크로페이지(링크)를 공개하면서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배포 되었습니다.

 

 

글로벌 폰트 「LINE Seed」

「LINE Seed」는 이름 그대로 씨앗을 상징합니다. 라인플러스의 대표 서비스 라인(LINE)에 단단히 뿌리내려, 이용자들과 함께 성장(열매를 맺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현재는 라틴과 한글 외에도 일본어, 태국어로도 확장되어 총 4개의 언어를 지원하는 글로벌 폰트로, 라인의 서비스를 일관된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INE Seed」는 라인플러스의 감정적인 면과 스마트함이 동시에 잘 나타나는 폰트입니다. 단순함에 중점을 둔 고딕 폰트이기 때문에 얼핏 평범한 인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라인 로고의 직선적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곡선도 선명하게 디자인해 알면 알수록 다정한 면이 돋보이는 똑 부러지는 폰트입니다. 다양한 장소에서 누구에게나 친숙한 인상을 주고 싶을 때 「LINE Seed」가 도움이 될 거에요!




「LINE Seed」 웹사이트




강민재
폰트 디자이너
디자인이 고와야 오는 피드백이 고와요.
기업의 브랜드 폰트에 대해 고민하고 디자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