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신년인사 굿즈> 제작기 1
산돌은 <2021년 신년인사 굿즈>를 시작으로 조금씩 규모를 늘려가며, 함께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왔습니다. 다가오는 2023년에는 산돌이 감사하는 마음을 어떻게 담아냈는지, 그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2022년의 아쉬움
산돌의 디자이너들은 <2022년 신년인사 굿즈>인 ‘절기달력’을 즐겁게 마무리했지만, 한편으로 몇 가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제작 의도와 방향에 대해서 굿즈 내에 기재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어요. 24개의 절기를 레터링으로서 잘 표현했지만 제작물의 사이즈가 작다 보니 의도까지 담아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다음 연도에는 컨셉과 의도를 굿즈에 담아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는 굿즈를 직접 사용하며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었는데요. 레터링 작업물이다보니 하나의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사용 경험을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폰트 제작의 강점은 “폰트라는 디자인 작업물을 사용하며 다양한 경험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강점을 살려 감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기도 전부터, 작년의 아쉬움을 돌아보며 <2023년 신년인사 굿즈>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산돌과 함께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만큼 중요한 프로젝트는 없으니까요.
<2022년 신년인사 굿즈 - 절기달력>
기획을 시작하며
산돌이 가장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폰트였어요. 하지만 일반적인 폰트와는 다르게 이용자들에게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자아낼 수 있는 것을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베리어블 폰트를 생각해냈어요. 일반적인 폰트는 한개의 웨이트나 스타일만을 담는 반면, 베리어블 폰트는 다수의 웨이트나 스타일을 담아낼 수 있는 변화무쌍한 폰트입니다. 이 특징을 활용한다면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다양한 시도들을, 이용자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음으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달력이었어요. 달력은 매년 빠지지 않고 만들고 싶은 굿즈인데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힘차게 시작해보자는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좋은 매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2023 신년인사 굿즈>는 먼저 베리어블 숫자 폰트를 제작하고, 그 폰트를 활용해서 달력과 여러 굿즈를 만들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제작, 그리고 피드백의 즐거움
기획이 마무리된 후 곧바로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12명의 산돌 디자이너들이 각각의 달에 어울리는 폰트와 달력을 제작했는데요. 폰트 디자이너뿐 아니라 UX 디자이너, 브랜드 디자이너들도 자발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폰트에 접근했어요. 이 과정에서 4차에 걸쳐 피드백 모임도 진행되었습니다. 각자 디자인한 의도를 설명하고,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을 나누고, 서로 방안을 제시하거나 격려하기도 하며 차근차근 디자인을 발전시켜 나갔어요.
*산돌은 내부 구성원에게 폰트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자유롭게 제공하고 있어요. 함께하고 싶은 분들에게 산돌의 문은 활짝 열려있답니다! 산돌은 지금 채용중
사실 누군가에게는 이런 피드백 모임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는 <2023 신년인사 굿즈>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바쁜 디자이너들을 모셔온 것인데 “내가 이분들의 귀한 시간을 낭비시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칠때가 많았거든요. 또 인원이 많다보니 피드백 모임의 시간도 길어져 부담이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을 하다 보면 너무 자신의 생각에 매몰되며 객관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방향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럴 때 동료 디자이너들과 의견을 나누면 고민이 해소되기도 하고,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을 좋은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기도 해요. 이런 금쪽같은 지점들을 위해서라도 피드백 모임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피드백 모임
디자인 완성, 그리고 디자인 200% 경험하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총 12패밀리 39종의 폰트와 달력이 완성되었답니다. 여러 디자이너분들의 애정이 담긴 폰트, 그리고 달력이다보니 더욱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아요.
이 작업물들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컨셉은 무엇인지를 안다면 사용경험이 200% 확장되겠죠?! 여러분이 궁금하실 것 같아 작업물의 컨셉이나 제작 의도를 아래에 첨부해놓았어요. 디자이너의 의도를 읽어보시고 확인해 보신다면 디자인을 더 적극적으로 경험하실 수 있답니다.
* <2023년 신년인사 굿즈>에 사용된 12개의 베리어블 숫자 폰트는 산돌구름 셀렉샵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베리어블로 제작된 만큼 원하는 굵기, 폭 등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베리어블 숫자 폰트를 사용해보고 싶다면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셀렉샵은 기간 한정 상품으로, 1월 8일까지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1월, 「Sandoll G」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롭게 시작되는 2023년, 그리고 1월. 한국은 아직 추운 겨울이고, 이어서 곧 봄이 올 거예요. 그리고 여름이 올 테고, 가을이 오고, 다시 겨울이 되겠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는 1년 365일의 주기로 해가 바뀌고, 1달 28~31일의 주기로 달이 지나면서, 계절이 변화합니다. 이렇게 계절이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월, 「Sandoll 텐더하트」
발렌타인데이가 있는 2월의 달력에도 사랑스러운 하트 생길까요?
부드러운 곡선이 많은 올드 스타일 숫자 폰트 「텐더하트」!
Shy 웨이트는 둥글둥글한 꼬리가 있어 귀여우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리어블 폰트의 마음(Heart)을 키우면숨어있는 하트가 점점 나타나는, 과감한 표현을 가진 숫자들을 확인하실 수 있을거예요.
「텐더하트」와 함께 사랑이 가득찬 하루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3월, 「Sandoll 크러쉬」
지긋지긋한 평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산산이 부서지는, 그리고 쉬는 날만 다가오면 거짓말같이 회복되는 직장인의 멘탈을 숫자로 표현했습니다. 웹 베리어블을 활용하여 보다 생동감 넘치게 숫자를 부서뜨려보세요.
4월, 「Sandoll 백화요란」
4월은 본격적으로 꽃이 피는 계절이죠. 겨우내 움츠려있던 들꽃들이 땅을 비집고 나와 다양한 형태로 어지러이 만발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숫자가 꽃으로 변하는 모습이 은근히 그로테스크하다는 느낌을 받아 봄을 역으로 으스스하고 불안정한 분위기로 달력을 디자인했습니다. 그리고 주말마다 숫자를 꽃으로 만들어 그날은 시간을 잊고 꽃구경 가자는 의미도 담아봤습니다~
5월, 「Sandoll 스위밍가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5월입니다.
바다에 뛰어들기 전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돈하는 것은 필수겠죠? 더구나 그날이 여러분에게 특별한 날이라면 더더욱.
여름을 기다려 온 「스위밍가이」는 Swimming과 No Shaving의 두 가지 축으로 폰트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데요,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직접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숨겨진 특수문자를 발견해 수영을 하지 못하는 「스위밍가이」를 도와주세요.
6월, 「Sandoll 채워줘요」
가슴 한쪽이 공허할 때 무엇으로 이를 채우시나요.
술과 담소. 달고 맵고 짠 음식과 예능 한 편.
아주 천천히 끈적하게 흘러내려 형틀을 채우는 걸쭉한 콘크리트처럼
기타의 것으로 드문드문 채워지는 공백의 날들.
숫자와 달력의 이미지를 통해 이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공포영화를 보며 시간 때우길 좋아하는 제 취향도 슬쩍 반영해 보았어요.
6월의 폰트 「채워줘요」를 사용해 내 안의 포화도를 체크해 보아요.
7월, 「Sandoll 스티키」
「Sandoll 스티키」는 장마철 끈적끈적한 7월의 기분을 담았습니다. 글자의 좌우 여백(side bearing)을 타이트하게 설정하여 서로 붙는 모습이 되도록 했고, 글자의 형태도 빈틈 없이 꽉 찬 형태로 디자인해 답답하고 끈적끈적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베리어블 축은 Left와 Right로 나누어, 두 극단의 값을 섞어 사용하면 좌우로 다양하게 붙는 숫자를 쓸 수 있습니다. 「스티키」로 제작한 7월 달력은 두 자리 숫자의 붙는 형태를 활용하여 디자인했습니다. 특히 월 말로 갈수록 더 붙게 하여, 점점 더 습해지는 7월의 느낌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8월, 「Sandoll 아수라」
일년 중 가장 더운 시기면서도 무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는 입추가 있는 이중적인 달.
이토록 매력적인 8월의 특징을 시원한 획대비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아수라의 두 가지 버전인 Contrast, Reversed Contrast는 가로와 세로 획이 서로 반전되는 아수라 백작 같은 매력이 있는데요.
폰트의 이름도 이 캐릭터에서 따왔다는 사실!
「아수라」의 시원한 획대비로 무더위를 함께 이겨내보아요!
*8월 15일 광복절을 위한 건곤감리 글립도 몰래 넣어두었어요.
9월, 「Sandoll 달무리」
차오르고 이지러지는 달의 주기를 담았습니다.
달은 차가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보름달의 풍성함과 초승달에서 느껴지는 예리함으로 시각적 온도를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숫자 ’0’에서 그믐달-보름달-초승달로
이어지는 마스터를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어요. 달력에서는 실제 달의 주기에 따라 베리어블 폰트를 적용해 봤는데요. 우연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은은한 달빛이 주는 묘한 경험을 달력에서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0월, 「Sandoll 크리퍼」
점점 쌀쌀하고 건조해지는 10월. 기름지고 싱그러웠던 날들을 지나 바싹 말라가는 이파리들을 보며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그들의 축제 할로윈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기묘하지만 아름답게 시들어가는 덩쿨의 형태를 모티브로 숫자를 제작해보았습니다. 귀여운 호박 딩벳도 함께 제작하였으니 「크리퍼」 폰트로 귀엽고 으스스한 할로윈을 즐겨보아요. Trick or Treat!
11월, 「Sandoll 스멜트」
가을은 골드, 골드는 가을!
가을이 되면 폭신한 스웨터와 골드 아이템을 꺼낼 생각에 두근두근해요. 그래서 11월의 폰트는 좋아하는 골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폰트를 제작했어요.
울퉁불퉁하고 뾰족한 형태의 금 원석을 녹여서 둥글둥글 둥글둥글한 금으로 가공되는 과정을 베리어블 폰트로 표현했습니다.
뾰족한 「스멜트」 Raw 부터 둥그런 Refined 까지 두 가지 느낌을 모두 느낄 수 있어요.
「스멜트」 폰트와 함께 반짝반짝한 11월을 보내시길!
12월, 「Sandoll 샷」
12월의 숫자폰트 이름은 「샷」입니다.이런저런 모임을 갖게 되는 연말에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술이나 음료를 마실 기회가 많아집니다.
「샷」의 숫자는 한 잔 두 잔 마실 때 마다 흐느적해지는 기분을 표현했습니다. First 에서 Last 로 갈 수록 취한 기분처럼 꼬불꼬불해집니다. 긴장을 풀고, 미뤄놓은 약속을 해치우고, 한 해를 마무리하고 들 뜬 마음으로 새 해를 기다립시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폰트, 그리고 달력 디자인을 마무리하며
<2023년 신년인사 굿즈>를 진행하면서 여러 인원과 한 작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어요. 각자의 니즈가 다양하다보니 취합하고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만큼 성취하는 재미도 컸던 프로젝트 였던 것 같아요. 완성하기까지 고생해준 여러 디자이너분들에게 이 아티클을 통해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감사를 전하니 굿즈 제작이 마무리되나 싶으시겠지만, 아직 <2023년 신년인사 굿즈>가 마무리 되기까지 더 많은 우여곡절이 남아있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디자인된 굿즈가 실제 어떻게 제작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 다음 아티클(링크)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2023년 신년인사 굿즈> 프로젝트
총괄 : 김진희
기획팀 : 김진희, 김연아, 김여름
제작팀 : 김여름, 정태영, 박부미, 장가석
달력・폰트 디자인 : 강민재, 장가석, 임창섭, 마기찬, 정태영, 임혜은, 이수현, 김슬기, 김여름, 이유빈, 장미, 박부미
인쇄・제작 : 청산인쇄
폰트 제너레이트 : 신예림, 임창섭
글 : 이용호
영문 번역 : 김연아
포토그래퍼 : 김연아
촬영팀 : 박승현, 김여름, 정태영, 장가석
운영 기획 : 김수연, 이소윤
운영 디자인 : 정효정
운영 개발 : 박효정, 윤현진, 장나래
|
김진희
|
타입디자인팀 팀장 |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길 바랍니다. 글자도 그려요. |
<2023년 신년인사 굿즈> 제작기 1
산돌은 <2021년 신년인사 굿즈>를 시작으로 조금씩 규모를 늘려가며, 함께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왔습니다. 다가오는 2023년에는 산돌이 감사하는 마음을 어떻게 담아냈는지, 그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2022년의 아쉬움
산돌의 디자이너들은 <2022년 신년인사 굿즈>인 ‘절기달력’을 즐겁게 마무리했지만, 한편으로 몇 가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제작 의도와 방향에 대해서 굿즈 내에 기재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어요. 24개의 절기를 레터링으로서 잘 표현했지만 제작물의 사이즈가 작다 보니 의도까지 담아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다음 연도에는 컨셉과 의도를 굿즈에 담아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는 굿즈를 직접 사용하며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었는데요. 레터링 작업물이다보니 하나의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사용 경험을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폰트 제작의 강점은 “폰트라는 디자인 작업물을 사용하며 다양한 경험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강점을 살려 감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기도 전부터, 작년의 아쉬움을 돌아보며 <2023년 신년인사 굿즈>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산돌과 함께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만큼 중요한 프로젝트는 없으니까요.
기획을 시작하며
산돌이 가장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폰트였어요. 하지만 일반적인 폰트와는 다르게 이용자들에게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자아낼 수 있는 것을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베리어블 폰트를 생각해냈어요. 일반적인 폰트는 한개의 웨이트나 스타일만을 담는 반면, 베리어블 폰트는 다수의 웨이트나 스타일을 담아낼 수 있는 변화무쌍한 폰트입니다. 이 특징을 활용한다면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다양한 시도들을, 이용자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음으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달력이었어요. 달력은 매년 빠지지 않고 만들고 싶은 굿즈인데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힘차게 시작해보자는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좋은 매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2023 신년인사 굿즈>는 먼저 베리어블 숫자 폰트를 제작하고, 그 폰트를 활용해서 달력과 여러 굿즈를 만들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제작, 그리고 피드백의 즐거움
기획이 마무리된 후 곧바로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12명의 산돌 디자이너들이 각각의 달에 어울리는 폰트와 달력을 제작했는데요. 폰트 디자이너뿐 아니라 UX 디자이너, 브랜드 디자이너들도 자발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폰트에 접근했어요. 이 과정에서 4차에 걸쳐 피드백 모임도 진행되었습니다. 각자 디자인한 의도를 설명하고,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을 나누고, 서로 방안을 제시하거나 격려하기도 하며 차근차근 디자인을 발전시켜 나갔어요.
*산돌은 내부 구성원에게 폰트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자유롭게 제공하고 있어요. 함께하고 싶은 분들에게 산돌의 문은 활짝 열려있답니다! 산돌은 지금 채용중
사실 누군가에게는 이런 피드백 모임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는 <2023 신년인사 굿즈>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바쁜 디자이너들을 모셔온 것인데 “내가 이분들의 귀한 시간을 낭비시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칠때가 많았거든요. 또 인원이 많다보니 피드백 모임의 시간도 길어져 부담이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을 하다 보면 너무 자신의 생각에 매몰되며 객관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방향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럴 때 동료 디자이너들과 의견을 나누면 고민이 해소되기도 하고,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을 좋은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기도 해요. 이런 금쪽같은 지점들을 위해서라도 피드백 모임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디자인 완성, 그리고 디자인 200% 경험하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총 12패밀리 39종의 폰트와 달력이 완성되었답니다. 여러 디자이너분들의 애정이 담긴 폰트, 그리고 달력이다보니 더욱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아요.
이 작업물들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컨셉은 무엇인지를 안다면 사용경험이 200% 확장되겠죠?! 여러분이 궁금하실 것 같아 작업물의 컨셉이나 제작 의도를 아래에 첨부해놓았어요. 디자이너의 의도를 읽어보시고 확인해 보신다면 디자인을 더 적극적으로 경험하실 수 있답니다.
* <2023년 신년인사 굿즈>에 사용된 12개의 베리어블 숫자 폰트는 산돌구름 셀렉샵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베리어블로 제작된 만큼 원하는 굵기, 폭 등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베리어블 숫자 폰트를 사용해보고 싶다면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셀렉샵은 기간 한정 상품으로, 1월 8일까지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1월, 「Sandoll G」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롭게 시작되는 2023년, 그리고 1월. 한국은 아직 추운 겨울이고, 이어서 곧 봄이 올 거예요. 그리고 여름이 올 테고, 가을이 오고, 다시 겨울이 되겠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는 1년 365일의 주기로 해가 바뀌고, 1달 28~31일의 주기로 달이 지나면서, 계절이 변화합니다. 이렇게 계절이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월, 「Sandoll 텐더하트」
발렌타인데이가 있는 2월의 달력에도 사랑스러운 하트 생길까요?
부드러운 곡선이 많은 올드 스타일 숫자 폰트 「텐더하트」!
Shy 웨이트는 둥글둥글한 꼬리가 있어 귀여우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리어블 폰트의 마음(Heart)을 키우면숨어있는 하트가 점점 나타나는, 과감한 표현을 가진 숫자들을 확인하실 수 있을거예요.
「텐더하트」와 함께 사랑이 가득찬 하루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3월, 「Sandoll 크러쉬」
지긋지긋한 평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산산이 부서지는, 그리고 쉬는 날만 다가오면 거짓말같이 회복되는 직장인의 멘탈을 숫자로 표현했습니다. 웹 베리어블을 활용하여 보다 생동감 넘치게 숫자를 부서뜨려보세요.
4월, 「Sandoll 백화요란」
4월은 본격적으로 꽃이 피는 계절이죠. 겨우내 움츠려있던 들꽃들이 땅을 비집고 나와 다양한 형태로 어지러이 만발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숫자가 꽃으로 변하는 모습이 은근히 그로테스크하다는 느낌을 받아 봄을 역으로 으스스하고 불안정한 분위기로 달력을 디자인했습니다. 그리고 주말마다 숫자를 꽃으로 만들어 그날은 시간을 잊고 꽃구경 가자는 의미도 담아봤습니다~
5월, 「Sandoll 스위밍가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5월입니다.
바다에 뛰어들기 전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돈하는 것은 필수겠죠? 더구나 그날이 여러분에게 특별한 날이라면 더더욱.
여름을 기다려 온 「스위밍가이」는 Swimming과 No Shaving의 두 가지 축으로 폰트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데요,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직접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숨겨진 특수문자를 발견해 수영을 하지 못하는 「스위밍가이」를 도와주세요.
6월, 「Sandoll 채워줘요」
가슴 한쪽이 공허할 때 무엇으로 이를 채우시나요.
술과 담소. 달고 맵고 짠 음식과 예능 한 편.
아주 천천히 끈적하게 흘러내려 형틀을 채우는 걸쭉한 콘크리트처럼
기타의 것으로 드문드문 채워지는 공백의 날들.
숫자와 달력의 이미지를 통해 이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공포영화를 보며 시간 때우길 좋아하는 제 취향도 슬쩍 반영해 보았어요.
6월의 폰트 「채워줘요」를 사용해 내 안의 포화도를 체크해 보아요.
7월, 「Sandoll 스티키」
「Sandoll 스티키」는 장마철 끈적끈적한 7월의 기분을 담았습니다. 글자의 좌우 여백(side bearing)을 타이트하게 설정하여 서로 붙는 모습이 되도록 했고, 글자의 형태도 빈틈 없이 꽉 찬 형태로 디자인해 답답하고 끈적끈적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베리어블 축은 Left와 Right로 나누어, 두 극단의 값을 섞어 사용하면 좌우로 다양하게 붙는 숫자를 쓸 수 있습니다. 「스티키」로 제작한 7월 달력은 두 자리 숫자의 붙는 형태를 활용하여 디자인했습니다. 특히 월 말로 갈수록 더 붙게 하여, 점점 더 습해지는 7월의 느낌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8월, 「Sandoll 아수라」
일년 중 가장 더운 시기면서도 무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는 입추가 있는 이중적인 달.
이토록 매력적인 8월의 특징을 시원한 획대비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아수라의 두 가지 버전인 Contrast, Reversed Contrast는 가로와 세로 획이 서로 반전되는 아수라 백작 같은 매력이 있는데요.
폰트의 이름도 이 캐릭터에서 따왔다는 사실!
「아수라」의 시원한 획대비로 무더위를 함께 이겨내보아요!
*8월 15일 광복절을 위한 건곤감리 글립도 몰래 넣어두었어요.
9월, 「Sandoll 달무리」
차오르고 이지러지는 달의 주기를 담았습니다.
달은 차가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보름달의 풍성함과 초승달에서 느껴지는 예리함으로 시각적 온도를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숫자 ’0’에서 그믐달-보름달-초승달로
이어지는 마스터를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어요. 달력에서는 실제 달의 주기에 따라 베리어블 폰트를 적용해 봤는데요. 우연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은은한 달빛이 주는 묘한 경험을 달력에서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0월, 「Sandoll 크리퍼」
점점 쌀쌀하고 건조해지는 10월. 기름지고 싱그러웠던 날들을 지나 바싹 말라가는 이파리들을 보며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그들의 축제 할로윈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기묘하지만 아름답게 시들어가는 덩쿨의 형태를 모티브로 숫자를 제작해보았습니다. 귀여운 호박 딩벳도 함께 제작하였으니 「크리퍼」 폰트로 귀엽고 으스스한 할로윈을 즐겨보아요. Trick or Treat!
11월, 「Sandoll 스멜트」
가을은 골드, 골드는 가을!
가을이 되면 폭신한 스웨터와 골드 아이템을 꺼낼 생각에 두근두근해요. 그래서 11월의 폰트는 좋아하는 골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폰트를 제작했어요.
울퉁불퉁하고 뾰족한 형태의 금 원석을 녹여서 둥글둥글 둥글둥글한 금으로 가공되는 과정을 베리어블 폰트로 표현했습니다.
뾰족한 「스멜트」 Raw 부터 둥그런 Refined 까지 두 가지 느낌을 모두 느낄 수 있어요.
「스멜트」 폰트와 함께 반짝반짝한 11월을 보내시길!
12월, 「Sandoll 샷」
12월의 숫자폰트 이름은 「샷」입니다.이런저런 모임을 갖게 되는 연말에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술이나 음료를 마실 기회가 많아집니다.
「샷」의 숫자는 한 잔 두 잔 마실 때 마다 흐느적해지는 기분을 표현했습니다. First 에서 Last 로 갈 수록 취한 기분처럼 꼬불꼬불해집니다. 긴장을 풀고, 미뤄놓은 약속을 해치우고, 한 해를 마무리하고 들 뜬 마음으로 새 해를 기다립시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폰트, 그리고 달력 디자인을 마무리하며
<2023년 신년인사 굿즈>를 진행하면서 여러 인원과 한 작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어요. 각자의 니즈가 다양하다보니 취합하고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만큼 성취하는 재미도 컸던 프로젝트 였던 것 같아요. 완성하기까지 고생해준 여러 디자이너분들에게 이 아티클을 통해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감사를 전하니 굿즈 제작이 마무리되나 싶으시겠지만, 아직 <2023년 신년인사 굿즈>가 마무리 되기까지 더 많은 우여곡절이 남아있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디자인된 굿즈가 실제 어떻게 제작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 다음 아티클(링크)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2023년 신년인사 굿즈> 프로젝트
총괄 : 김진희
기획팀 : 김진희, 김연아, 김여름
제작팀 : 김여름, 정태영, 박부미, 장가석
달력・폰트 디자인 : 강민재, 장가석, 임창섭, 마기찬, 정태영, 임혜은, 이수현, 김슬기, 김여름, 이유빈, 장미, 박부미
인쇄・제작 : 청산인쇄
폰트 제너레이트 : 신예림, 임창섭
글 : 이용호
영문 번역 : 김연아
포토그래퍼 : 김연아
촬영팀 : 박승현, 김여름, 정태영, 장가석
운영 기획 : 김수연, 이소윤
운영 디자인 : 정효정
운영 개발 : 박효정, 윤현진, 장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