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네모 블록으로 표현된 글꼴, 픽셀 폰트 시리즈!

(feat. 왜냐면 제가 사용하고 싶어서요)


픽셀 폰트?

픽셀 폰트(a.k.a 비트맵 폰트)는 크게 확대했을 때, 마치 정사각형 블록을 쌓은 듯한 형태입니다. 표현은 제한적이지만 디지털 화면, 특히 해상도가 낮은 화면에서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요. 요즘엔 아주 가까운 배율로 확대해도 매끄러운 윤곽선을 유지하는 벡터 형식의 폰트를 일반적으로 사용하지만, 버스 정류장의 전광판과 같은 곳에서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광판뿐만 아니라 8비트, 16비트 시절의 컴퓨터와 추억의 비디오 게임, 콘솔 게임의 저해상도 그래픽을 떠올릴 수 있는데요. 식을 줄 모르는 뉴트로, Y2K의 유행과 함께 여러 분야에 걸쳐 소환되고 있습니다.

먼 옛날 용돈을 아껴 샀던 폰트들을 떠올려보았어요. 그 폰트들,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보니 등잔 밑이 어두워도 너무 어둡다고, 제가 다니고 있는 이 회사가 그 회사였군요…



산돌 픽셀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SD 픽셀』 시리즈는 2000년대 초반 웹폰트로 처음 공개되었던, 산돌의 픽셀 폰트를 복원해 가공한 폰트 시리즈입니다. 산돌의 모바일 폰트 브랜드인 ‘Iam’ 에서 먼저 공개된  「쪽지」와 「비밀쪽지」, 그리고 「굿모닝」, 「굿밤」, 「동동동」, 「쁘띠공주」, 「사과나무」, 「섬섬」, 「요술지팡이」, 「종이학」까지 총 10종으로 출시했습니다. 

산돌의 먼지 쌓인 옛 자료 서랍(!)을 열어보니 40여 종 이상의 픽셀 폰트가 있었습니다. 모두 다 출시할 수는 없어서, 픽셀의 매력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9종을 선별하고 1종을 추가로 제작했어요. 하나씩 살펴볼게요!



먼저 「쁘띠공주」와 「요술지팡이」입니다. 자면에 가득 찬 장식 요소들은 읽기에 방해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시절 폰트들을 꼽으라면 이런 폰트들을 절대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과 꼭지를 연상시키는 ‘ㅎ' 이 포인트인 「사과나무」는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초성, 짧은 듯한 중성이 귀여운 인상입니다. ‘ㅇ’이 까만 점으로 표현되어 있어 귀여움이 배가 됩니다. 「동동동」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 더 각진 인상이 강조되었고, 마름모꼴 라틴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길쭉길쭉 기지개를 켠 듯 시원시원한 인상을 가진 「굿모닝」, 캄캄한 밤 별이 반짝이는 모습 같기도, 눈이 내리는 밤 같기도 한 「굿밤」은 짝꿍 폰트입니다.


아기자기한 쪽지를 쓰고 싶어서 손글씨를 연습해 본 기억이 있나요? 수업 시간 몰래 주고받던 쪽지를 떠올리며 이름 지은 「쪽지」입니다. 짝꿍 폰트라고 할 수 있는 「비밀쪽지」는 일부 글자 대신 그림이 들어있습니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읽기까지 한참 걸릴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옆에서 훔쳐봐도 내용을 한 번에 알아차리지 못하겠죠?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정말로) 디자이너가 모바일 메신저에서 사용하고 싶어서 특별히 새로 제작한 폰트도 있습니다. 처음 공개된 「섬섬」인데요. ‘섬섬옥수’라는 단어의 어감이 좋아서, 그리고 푸른 바다 위 작은 섬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생김새라고 생각해 이름을 지었어요. 자소를 오밀조밀하게, 구분이 쉽게 디자인해 작은 크기로 사용했을 때도 꽤 잘 읽힌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이학」은 시리즈 중 유일하게 부리를 가지고 있는 폰트로, 한껏 멋을 부린 손글씨같기도 합니다. 

10종의 폰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픽셀폰트를 찾아보세요!



사용성을 높이자!

우리가 알고 있는 자음과 모음 ㄱ, ㄴ, ㄷ, … ㅏ,ㅑ,ㅓ… 를 모두 조합한 현대 한글 음절은 11,172자입니다. 생각보다 큰 숫자죠. 여기서 퀴즈! 한글 폰트 디자이너는 이 모든 글자를 항상 다 만들까요? 

정답은 △입니다. 11,172자 전체를 다 만들기도 하고, 제작 시간을 줄이고 폰트 파일의 용량을 낮추기 위해 2,000-3,000자 정도를 만들기도 합니다. ‘외계어’라고 부르기도 했던 ‘쫣’, ‘뜏’ 등의 복잡한 글자를 제외하고 말이죠. 

모든 음절을 만들지 않으면 불편함이 생기기도 해요. 특히 메신저를 주고받을 때 단어 입력 과정에서 글자들이 보이지 않거나 시스템 기본 폰트로 대체되기도 하죠. 복잡한 글자들이 빠지면서 외래어나 의성어 등을 완벽하게 표기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다시 픽셀폰트 이야기로 돌아와서, 2000년대 초반에는 웹환경에서 빠르게 표현이 되어야 했을 거에요. 그러려면 폰트의 용량이 작을수록 좋고요. 폰트 파일의 용량을 낮추는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글자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 픽셀 폰트는 한글 2,350자만 지원했습니다. 

2023년 지금, 다시 선보이는 『SD 픽셀』 시리즈는 더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도록 11,172자의 한글을 모두 제작했습니다. 덕분에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기호와 부호들을 추가로 제작했어요. 시리즈 중 「섬섬」, 「동동동」, 「쪽지」, 「비밀쪽지」는  라틴 확장도 지원하고 있어 다이어크리틱이 포함된 문자도 소화할 수 있어요! 




여러분의 ‘픽셀’은 어떤 인상인가요?

‘픽셀폰트'는 누군가에겐 아기자기한 추억이고, 또 누군가에겐 신선한 시각적 즐거움이 될 것 같은데요. 저는 ‘픽셀’을 떠올리면 지금은 다소 촌스럽지만 다양한 요소들로 가득해 화려한 맛이 있던 Y2K가 떠오릅니다. 이러한 방향에서  『SD 픽셀』 시리즈 출시를 맞아, 세기말 감성의 Y2K! 인스타그램 필터를 제작했어요. 그 시절 감성이 느껴지는 블링블링한 2D그래픽부터, 요즘 떠오르는 뉴트로한 3D그래픽까지 알차게 말이죠. 여러분의 일상에 픽셀폰트가 작게나마 녹아들길 희망하며 재치있는 문구들로 구성했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면 인스타그램에서 바로 사용해보실 수 있어요. 이외에도 『SD 픽셀』 시리즈로 제작한 카카오톡 테마도 있으니, 일상의 다양한 순간에서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카카오톡 테마 사용하러 가기 (링크)
인스타그램 필터 사용하러 가기 (「쁘띠공주」, 「섬섬」, 「굿모닝」)



박부미
기획운영팀
2013년부터 산돌에서 다양한 폰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대표작으로는 「호요요」, 「네모니」, 「광화문」이 있습니다.